2019년 11월 21일 경향신문 1면은 9월까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이름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2,0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는 현실이다. 매년 산재사망율을 낮추자는 구호는 무성하지만, 현장에서의 작업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또한 산업재해 통계들은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이 더 많은 재해의 피해자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 김용균 님의 사망으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그 심각성에 비해 제도개선은 뒤쳐져 있다. 김직수·이영희는 「한국 노동안전보건 운동의 전개 : 노동안전 시민권의 형성과 전환을 중심으로(2013)」에서 “생산과정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임금과 더불어 핵심적인 노동조건으로서 노동과 자본 간의 구조적인 권력 비대칭 속에서 투쟁과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경합적 교환’의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관련 이슈가 핵심적인 노동조건의 하나라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노동과정의 노동자 안전의 문제는 노사간의 힘 대결이나 교섭력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안전문제는 종종 의학 및 인간공학과 같은 고도의 과학기술적 전문지식과 관련돼 있어’ 노동자들의 접근성을 낮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노동과정에서의 안전문제는 근본적으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인간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당연히 확보되어야 할 권리여야 한다. 이는 노동의 전 과정을 포괄한다. 사용자와 노동자간에 노동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생산을 위한 도구들과 설치물로부터, 기업(조직)의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와 노동과정에서 맺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안전은 사용자 나아가 국가의 책무여야 한다. 노동자 자신의 안전주의 의무는 구태여 구분하자면, 위와 같은 안전한 환경이 조성됐을 때 따질 수 있는 일이다. 반면, 현실에서는 다양한 이유들로 노동자의 안전문제는 뒤로 밀린다. 현장에서 노동안전을 고민하는 많은 활동가들은 ‘단 일 만 원짜리 경고장치만 설치했어도 구할 수 있는 생명들이 많다.’고 지적할 만큼, 노동과정에서의 노동안전문제가 뒷전이라 말한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노동안전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위와 같은 현실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